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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 살롱] [1123] 문화 사업 팔자

海 松 2017. 12. 27. 20:34

조용헌 살롱] [1123] 문화 사업 팔자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사람을 볼 때 먼저 관상을 본다. 그다음에는 사주를 보고, 말하는 것을 들어보고, 직업을 본다. '관사언직(觀四言職)' 순서다. 관상과 사주는 대개 비슷하게 가지만 간혹 차이가 나는 수도 있다. 그럴 때 나는 관상보다는 사주에 좀 더 비중을 준다. 관상 4, 사주 6 정도.

관상으로는 돈이 별로 없어 보이는데 사주를 보면 의외로 재력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런 유형은 식신생재(食神生財) 팔자이다. 식신(食神)은 잘 베푸는 기질을 가리킨다. 밥값도 잘 내고, 옆에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선뜻 돈을 내 도와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처한 궁벽함에 공감하는 능력이 크다고나 할까. 돈에 짓눌린 구두쇠가 이런 팔자를 만나면 아이큐 떨어지는 '헤픈 인생'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런 식신 팔자에 있는 명조(命造)가 돈을 지니고 있다. 무심코 베푼 것이 몇 년 있다가 이자까지 붙어서 재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김병희 서울강서문화원장. /조선일보 DB
돈을 아껴서 모은 재물보다 자기가 베풀어서 돌아오는 재물의 크기가 몇 배나 크다. 정주영 회장 팔자가 그랬다. 내가 만나본 시원한 부자는 대부분 식신생재 타입의 팔자를 타고난 사람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면 문창성(文昌星)이 식신에 겹쳐진 팔자가 있다. 문창성은 학문과 예술을 상징하고, 이게 들어가 있으면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한다. 식신에 문창성까지 겹쳐 있으면 문화 사업에 돈을 쓴다.

일제강점기에는 학교 세우는 일이 문화 사업이었다면 지금은 박물관이나 미술관 후원이라 하겠다. 서울 강서구 문화원장 김병희(金秉熹·69)씨를 어느 행사장 옆자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주를 풀어보게 되었는데, 식신에 문창성이 겹쳐 있는 팔자임을 보고 호기심이 발동했다. 관상은 평범했는데 사주 가 화려했다. 계(癸) 일주(日主)에 식신이자 문창성에 해당하는 묘(卯)가 둘이나 들어 있다. 중소기업도 운영하면서 생기는 돈 상당 부분을 강서구에 있는 허준박물관과 겸재미술관에 후원하고 있었다. 박물관과 미술관 연구자들에게 연구비도 지원해주고 학술 세미나에 들어가는 경비도 지원하고 있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사람들이 숨어 있으니까 그나마 세상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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