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25

생애 마지막 음악

생애 마지막 순간, 여러분은 어떤 음악을 듣고 싶은가요? 피아니스트 아르투르 루빈스타인(1887~1982)은 자신의 장례식에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 C장조 2악장 아다지오를 연주해 달라고 부탁했다지요. 실제로 슈베르트는 바이올린 2대와 비올라, 첼로 2대가 빚어내는 이 애잔하고도 고고한 선율을 완성한 뒤 49일 만에 오스트리아 빈의 허름한 다락방에서 숨을 거뒀다고 합니다. 그의 나이 서른한 살이었죠. 실내악곡 중 으뜸으로 꼽히는 이 명곡을 새해 조금 특별한 형태로 감상했습니다. 지난 7일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이 마련한 신년음악회에서입니다. 슈베르트의 현악오중주를 작곡가 박혜진이 오케스트라곡으로 편곡해 KBS교향악단이 연주한 것인데요, 다섯 대의 현악기가 연주할 때와는 또 다르게 웅장하고 비장한 선율..

음악 2023.01.14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음악, 당신에게 무엇입니까’ 음악을 듣고 글 쓰는 일을 하지만, 가끔 음악에 가까워지지 못하고 있다는 마음이 든다. 최선을 다해 지식과 경험을 쌓아도 음악의 가장 중요한 본질에는 가닿지 못하는 것만 같다. 음악을 샅샅이 들여다보며 그 크기와 무게를 재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음악은 볼 수 없고, 만질 수 없으며, 가질 수 없다. 시간 속에서 생겨났다 금세 사라진다. 음악을 듣고 나면 깜깜한 방에 혼자 남는 것 같았다. 음악은 무엇일까. 어딘가에 있긴 한 걸까. 막막함 속에서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런 물음이 흐려지는 순간은 음악이 만들어지는 시끌시끌한 현장에 갔을 때, 그리고 음악가를 대면해 그의 이야기를 들을 때였다. 음악가에게 음악이 무엇이냐고 새삼스럽게 질문하는 건 어쩐지 마땅치 않아 ..

음악 2022.02.19

한 해 끝자락에서 받은 음악 선물

한 해 끝자락에서 받은 음악 선물 오희숙 음악학자·서울대 음대 교수 “저에게 누군가 올해 받은 최고의 선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지체 없이 여러분과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오늘 이 음악회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24~25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렸던 ‘리처드 용재 오닐의 선물- 바로크 나이트’ 음악회에서 용재 오닐은 프로그램북 사이에 자신의 편지를 넣어 청중에게 전했다. 연주자의 이런 따뜻한 마음이 함께한 이 음악회는 영하의 매서운 겨울 추위를 녹여주었을 뿐 아니라 올 한해 겹겹이 싸였던 코로나19의 피로를 풀면서 새해를 맞을 수 있는 편안한 마음을 선물해주었다. 용재 오닐은 비올라 연주자이다. 그는 “비올라는 오케스트라나 실내악에서 화려하게 부각되기보다는 ‘내면의 소리’를 내는 ..

음악 2021.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