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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컹한 감자 생각

海 松 2017. 12. 28. 20:49

 

    깊은 겨울, 물컹한 감자 생각

 

밖은 영하 3도,

7시가 지난 아침인데도 한 겨울답게 맹추이다.
교실같이 넓은 거실, 

바람구멍 한 개 없이 틀어 막고

방한 텐트를 처도 부실한 어깨쭉지가 결려

부엌을 원룸삼아 마누라를 품으니

안방이 따로 없다.

툭 터져 교실 같은 거실도 여름에나 좋지 추위에는 말짱 허당,
건물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방한이 잘되는 주방은 비록,

반찬 냄새로 찌들기는 하였지만, 겨울에는 효자 아들 보다 났다.
사람이나 건물이나 능력과 위치에 따라 용처가 따로 있는 법,

잘 쓰고 못 쓰는 것은
니탓 아닌 내탓이라는 지혜를 불러오고

깊은 겨울 밤 무명 이불속에서 감자 소쿠리를 가슴에 품고

쪽쪽 빨아먹던 물컹한 감자 생각이
그 때 그 시절을 불러오니,

아랫묵은 뜨근뜨끈........

가슴저미게

어린시절이 모락모락 피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