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인연

海 松 2019. 7. 18. 22:23

     


      인  연



칠순을 넘긴 나이에

실하지도 못한 속마음을 떨어 놓겠다고

펜을 들고 보니 쑥스럽기만 하네

 

어쨌든 이 나이에는

흔치 않은 일로

쓰는 나나 받는 자네나

나름의

설렘이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물론 사춘기 때는 연애편지를 쓴답시고

백과사전을 뒤져 밤샘했던

풋풋한 순정도 있었고

한창 시절에는 4m가 넘는

장문의 가슴 시린 이별 시도 써 보고

공직에 있을 때는 관내 주민에게 인사장

발송도 해 보았지만

황혼녘에 써 보는 이 편지는

또 다른 의미로

우리 두 사람의 우정에

반딧불이 되지 않을까

기대도 해 보게 되네

 

더듬어 보면 우리들의 만남도

30년을 훌쩍 넘겼으니

객지서 만난 인연치고는 꽤 긴 세월이

아니던가

 

숱한 인연들이

세월 속에 잠겼지만

적어도 나에게 자네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인연 중에

인연이라는 생각이네

 

인연은 억겁 세월의 만남이라지만

눈에 득이 안보이면

맘에서 멀어지는데

우린 그래도 잇속 보다는 정이로

살았지 싶어

 

어쩌다

지나치면 눈길 멎고

보이면

맘 보다 발이 먼저 가고

사당동하면 약국이 떠오르고

위도하면 내 잘 아는 지인의 고향이라며

반겨지는 사람

 

행여

부담될까 말 없이 돌아서면

다시 오는 안부 전화

이게 정이라는 것으로

돈으로 살 수 없는

우리들만의 소중한 인연이 아니던가


               2019.   7.   18.

                       

                         해송  김 석천  배상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남 전투수당 환급모임  (0) 2019.08.29
전기가설  (0) 2019.08.03
도봉산 춘심  (0) 2019.05.25
도봉산 자운봉  (0) 2019.05.22
연주암  (0) 2019.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