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걸어서 세상속으로)

지리산둘레길 답사 (2 )

海 松 2016. 9. 29. 21:58

 

 

   이번 여행의 첫 밤은,

지리산둘레길 3구간 출발지점인 남원시 인월면

소재지인 인월 장터 주차장이었다.

간밤 진돌이가 이곳이 천리타향인지

즈그 집 안방인지 구분을 못하고 지저 되는 바람에 이사를 두 번이나 하는

등, 잠을 설쳤는데도 막상 출발 도상에 들어서니 나이답지 않는 힘이 두 다리에 뻗치는 것을 느낀다.

 

이래서 일상을 탈출한 여행은 도전의 가치가 있지 싶다.

시작과 동시에 30분 이상 한 없이 펼쳐지는 하천변의 가을 풍경에 취해 있자니,

잡념이 없어지고 생각이 단조로워 지는 명상 효과가 나타나는 듯, 충만한 기운이 온몸에 감도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 종편방송에서 순간 멍 때리기만으로도 정신건강이 좋아진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명상은 시 공간의 제한을 많이 받기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운 반면, 멍 때리기는 순간에 눈의 초점을 풀고 아무 생각 없이 멍 한 상태를 몇 초 동안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차례 걸친 지리산 산행이 있었지만 대개의 경우 정상을 오르거나 

숙박을 한 경험 밖에 없었다.

처음 시도한 작년 둘레길 답사 때는 웅장한 지리산 자락을 원거리에서 여유롭게 조망하면서, 큰 강과 잘 어울려진 황금 들녘에 매료되어 다소 흥분 했었다 며는 이번에는 북한산 둘레길 완주 등, 나름대로 둘레길 경험이 쌓여서 일까.

비교적 차분한 가운데 내밀한 기쁨을 맛 볼 수가 있어 좋았다.

 

중군부락을 지나 산길에 들어서기 직전에 만난 연로한 할머니께서 “ 왜 혼자 가느냐고 ” 하는 인사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40여분 인적도 없는 깊은 산속 길을 걸어야 했는데, 오후 3시 반인데도 어둠이 깔리며 음산한 기분이 들기에 돌맹이 3개를 주어 들자니, 월남전 참전 기억이 떠올랐다.

 

적과 조우하게 되는 갑작스런 돌발사태 발생 시는 무조건 정면승부 해야 된다는 원칙 말이다.

우선 기 싸움으로 대변 할 수 있는 눈싸움에서 이겨야 하며, 두 번째는 주변 지형지물을 최대한 활용해서 불리 할 때는 방어 위주로 움츠리고, 유리한 위치에 있을 때는 최대한 공격한다는 기본원칙을 상기 시키자니 쓴 웃음이 나왔다.

 

 

영악한 사람과의 전투에서도 부상 없이 살아온 내가 하물며 하등동물과 싸워서 질수는 없지 않는가.

그 멍청한 것들이 힘만 가지고 덤빌 텐데 나무 등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요리저리 피하다가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면 돌을 가지고 눈을 집중공격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그때서야 조끼주머니 속 자동차 키에 달여 있는 호루라기 생각이 났다. 호루라기를 꺼내 불며 걷다 보니 여간 든든한 게 아니다.

 

둘레길 22개 구간 중 3구간은 21km로 가장 길기 때문에 이틀에 걸쳐 타는 게 좋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었다. 5시간 반정도 지나니 목적지인 장항리라는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산행 중간에서 안내 표시의 부실로, 한 시간 남짓 허비한 시간을 감안 한다면 4시간 반 정도 소요된 셈이다.

내려오는 끝 지점 언덕에 400년 된 노송이 우람하게 컸지만 단아한 자태를 뽐내며

무사 등반을 자축해 주었다.

둘째 날 밤은 전일에 마친 끝 지점에서 다음 산행을 이어가기 위해 도착지인 장항리 일대의 숙식상태를 확인해 보았으나 인월에 비해 환경이 너무 열약했고, 인월과는 불과 10km 밖에 떨어지지 않는 점을 감안해서 다시 인월에서 하루 밤을 더 자기로 하고 돌아오니 진돌이가 하루 종일 보지 못했다고 되게 반가워한다.

 

여행 중 저녘 식사는 그 지역 맛 집에서 별식을 즐기자는 계획에 따라

어제는 남원에서 추어탕을 먹었으니, 오늘은 인터넷에서 알게 된 인월 비빔밥을 맛보기로 했다.

남루한 외관과는 달리 음식이 정갈스럽게 맛있고 주인아주머니의 프로다운 매너와 넉넉한 인상이 만찬을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다음날 새벽같이 출발지점인 장항리에 도착, 아침을 먹고 도시락을 싸 진돌이를 풀어 주자, 동행 할 것을 알았음인지 천방지축이다.

 

토요일이라서 일까 !

등산 초입부터 어제와는 달리 등산객이 삼삼오오 제법 많다.

산행도 어제처럼 사람이 너무 없으면 무료하고 때론, 무섭기까지 하는데 오늘은 그런 걱정 없이 산행을 즐기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작년 1,2구간 답사 때는 혼자 다니는 여성들을 더러 보았는데 오늘은 없다.

둘레길이라는 만만한 어감에 사전 충분한 준비 없이 우습게 알고 탔다 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점에 꼭, 유의해야 될 것 같다. 특히 여성들의 단독 답사는 금물이지 싶다. 우선 산행 시간이 생각 밖으로 길때가 있고, 인적이 드문 산길을 혼자 걸어야 할 때가 있는가 하면 또, 험한 곳도 많다. 꼭, 혼자 답사를 하고 싶다면 비교적 사람이 많은 공휴일을 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오늘 진돌이를 동참 시킨 것은 매우 잘한 일인 것 같다.

개와 함께 걸을 때, 개는 사람보다 앞서가는 특성이 있다. 갈 길을 사람보다 수 십 미터 먼저 가면서 사전 답사를 해주니 산 짐승이나 뱀 등으로부터 보호 받을 수 있어 좋고 또, 항상 주변을 맴돌면서 심심치 않게 재롱을 부리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다음 산행부터는 꼭, 동참 시켜야 갰다는 생각을 했다.

 

산길이 마을 뒤 야산을 따라 오르내리더니 큰 고개를 넘자 경상도 함양 땅이란다.

남원 쪽에서는 다소 원거리에서 지리산을 조망했다면 함양쪽 산세는 더 가깝게 근접한 거리에서 답사가 이루어지다 보니 장엄한 산세와 깊고 긴 계곡이 밀도감 있게 다가오고

산중 마을들도 많이 정비되고 가옥도 다들 개량 되었으나 돌을 이용한 논밭 두렁을 쌓은 것이나 담장위의 호박넝쿨이 정겹고, 계곡지형과 형세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다랭이 논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는 방문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고 특히, 집을 지키는 감나무는 어디서든 변함없는 인정으로 노랗게 꽃단장을 하고 반겨 주었다.

 

함양쪽 둘레길은 전반적으로 산 정상방향에서 계곡을 따라 장시간 내려가는 코스다 보니 나 처럼 연로한 사람들에게는 무릅에 다소 무리가 올 수있었다.

9시에 장항부락을 출발하여 오후 3시 반경에야 3구간 끝 지점인 금계부락에 도착 했다.

 

지리산둘레길 22개구간 중에서 자리산를 한 눈에 가장 넓게 조망할 수있고,

지리산 전 구간의 특성을 고루 갖춘 명코스라는 말을 산행을 하면서 들었다.

그래서 일까,  3 구간을 즐겨 찾는다는 사람을 더러 만날 수가 있었다.

 

***, 지난 9.22부터 24일까지 답사를 마쳤으나  

무리한 산행으로 몸살을 하는 바람에 이제야 글을 올리게 되었다.

 

 

 

 

 

 

 

 

 

 

 

 

 

 

 

 

 

소설, 태백산맥에 나옴직한 옛날 냄새가 물씬나는 가옥,

그때는 스레트지붕이 아니라 너와집 쯤이나 있었을까 !

 

 

 3구간에 인접한 뱀사골을 산행을 마치고 오랜만에 가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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