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만우절의 몽

海 松 2016. 4. 2. 21:55

 

 

 어제는, 자네가 절로 갔다는

급작스런 비보 아닌 비보를 접하고 놀랜 가슴도 달랠 겸,

뒷골 해송코스 등반을 하면서 속세를 떠났다는

자네를 생각해 보았다네.

 

나도, 깐에는 남 눈치 보지 않고 노년을 즐겁게 산답시고,

뒷골에 움막도 처 보고, 전용 등산로를 개척하며 자연인 인것처럼 유유자적

낭만 넘치는 삶을 산다고 재미져 하고 있었는데

나 보다 몇 수를 더해 출가를 했다니 ! 

 

사실 자네와 그동안 몇 줄 오간 것 밖에 없는 짧은 글이었지만

그쪽 냄새를 전혀 감지 못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홀연히 떠날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기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충격이 그 만큼 클 수 밖에 없었다네.

속세에 남은 가족들의 원망과 세인의 입방아 하며,

 

구순의 노모를 두고 지 혼자 좋차고 속세 인연을 버리다니,

에이 몹쓸 사람, 자네가 나 보다는 5살 덜 먹었다지만 그래도 환갑을 넘긴 낫수가 아니던가,

무슨 우여곡절이 그리도 많드란 말인가 !

모진 사람이라는 비난이 산행 길을 막기만 하였다네.

 

큰 제에 올라서 발아래 펼쳐지는 춘 삼월 봄 풍광을 지그시 내려다 보고 있자니,

아스라이 보이는 구자도의 지평선하며

발아래 펼쳐진 벚꽃들의 향연......

인생 일장춘몽 !

나도 사색에 잠길 수 밖에.

 

고희가 코 앞인 주제에 무슨 영화를 더 보겠다고 남 눈치

보며 뒷골에 자연인 흉내를 낸답시고 푼수 떠는 내 꼴이 추해 보이기만 하였다네.

역시, 나코 동생은 현자야, 원래 내면의 세계가 컸던 친구였지!

 

원래 수컷은 늙고 병들어 힘 떨어지면 왕따 되는 게 자연계의 법칙이 아니던가,

돈을 벌기 캥이는 까먹는 신세가 된 지금,

그래도 아직은 쓸만한 나이에 조용히 떠난 자네가 부럽기만 하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라디오에서 오늘이 만우절이라고 하기에 깜짝 놀라 자네 글을 다시 보니

만우절로 출가 했다고 되어 있지 않는가 !

 

허허 참!

춘몽치고는 한번 쯤 당해도 좋지 싶은 길몽이었다네.

어찌되었던,

자네 덕에 잠시나마 까마중 땡초가 되어 출가 기분도 느껴보고,

고마우이 동숭 ^^^ㅎㅎ

건강하시게.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배트남 전쟁  (0) 2016.07.30
추암  (0) 2016.07.30
전용 등산로 개척 ( 일명 해송코스 )  (0) 2016.03.13
진도 답사 (1.세방낙조 )  (0) 2016.02.29
통산의 이별  (0) 2016.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