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이
길가에 피어있는 한 포기 잡초와 같다는 걸
확실히 알아버리면
천하의 두려울 게 없어지고 자유로워집니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인생이 뭔가 대단한 줄 알고 살기 때문에
한평생 전전긍긍하면서 사는 것이지요.
내 것이라 할 게 본래 없는 줄 안다면,
죽음을 맞이하여 떠나는 이는
낡고 문드러진 헌 육신에 미련을 버리고
헌 집에서 새 집으로 이사 가듯
가볍게 길을 떠납니다.
남아있는 사람도
가볍게 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섭섭함이 없는 게 아니라,
인정머리가 없어서 눈물이 안 나는 게 아니라
늙고 병든 몸을 이끌고 사는 것보다
새로운 출발이
더 좋은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망자를 보내는 태도입니다.
- [날마다 새날] 백중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