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세권

海 松 2022. 2. 21. 06:19

 

슬세권

 

슬세권. 슬리퍼와 세권(勢圈)을 합친 말로, 슬리퍼 같은 편안한 복장으로 집 옆 카페나 편의점·마트·영화관·쇼핑몰 같은 생활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말한다. ‘역에서 반경 500m 내외 지역’을 뜻하는 역세권에서 파생된 단어다. 스세권(스타벅스+세권), 맥세권(맥도날드+세권)으로도 불린다. 코로나19 여파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동이 편한 역세권보다 슬세권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등장한 신조어다.

이전에도 대형 쇼핑시설 건립 소식은 부동산 시장에서 ‘호재’로 불렸다. 이런 시설을 이용하기 위해 사람이 몰리면 집값이 잘 오른다는 의미라서다. 지방선거 때마다 지자체장 후보들의 단골 공약으로 대형 쇼핑시설 건립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요즘 정치권이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으로 시끌시끌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의 텃밭인 광주 유세 현장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로 표심 몰이에 나서면서다.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광주 시민이 원한다’ ‘소상공인 죽이는 일’이라며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광주에도 복합쇼핑몰이 들어설 뻔했다. 신세계가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 일대 부지를 확보, 건립을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중소상인에게 타격을 주고 지역상권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이런 기조는 2010년 초 정점을 찍었다. 2012년 4월 한 달에 두 번 의무적으로 휴업하고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이 규제는 소비 중심이 ‘오프라인→온라인’으로 바뀐 지금도 시행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소비시장에서 오프라인 비중은 2015년 70%에서 2020년 50%로 줄었다. 지난 2년간 전국 대형마트 매장은 406개에서 384개로 감소했다. 의무휴업이 지역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과도 많다. 2012년 이후 5년간 소상공인 매출은 되레 6.1% 감소했다. 오프라인 매장을 규제해서 지역상권에 도움이 될법한 상황이 아니다. 그런데도 국회엔 복합쇼핑몰·백화점으로 의무 휴업을 확대하는 유통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지방선거가 아닌 대통령 선거다. 일부 지역의 쇼핑몰 건립 여부가 아니라 유통법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방안이 쟁점이어야 마땅치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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