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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코로나19 극복 과정의 역설
외래진료 방문 횟수는 연 17회
압도적 OECD 1위 기록 유지
코로나 1차 방어선 톡톡히 해
서울대 “병상 많을수록 완치 높아”
한국인은 병원에 편하게 간다. 실력 있는 전문의 만나기도 그리 어렵지 않다. 길 가다가 몸이 안 좋으면 눈에 띄는 동네 의원에서 바로 진료받는다. 한국인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연간 16.6회다(보건복지부 2019년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1위다. 평균치(7.1회)의 2.3배에 달한다. 한국은 병상수도 많다. 과잉 의료 이용, 과잉병상은 그동안 한국 의료의 적폐 중의 적폐로 통했다. 이런 적폐가 이번 코로나19에서 효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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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주요국 병상수와 코로나19 완치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럽이나 미국은 의사, 특히 전문의사 만나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의료의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한국은 매우 좋다”고 말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살다 귀국한 한 공무원은 “중국 여행 이력이 없으면 진단 검사받기도 힘들다”고 말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서 병원에 가려면 일반의(GP)에게 연락해서 예약해야 하고, 전문의 만나려면 GP를 거쳐야 한다. 영국의 경우 백내장 수술받는데 석 달 이상 기다리는 환자가 32%, 무릎관절 치환수술은 51%에 달한다. 한국은 며칠 내에 가능하다.
서울대 의대 코로나19 과학위원회는 7일 확진 환자 3000명 이상 발생 국가(23개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수와 코로나19 완치율을 비교했다. 한국은 병상이 12.3개, 확진 환자 중 완치자 비율이 62.3%다. 병상도 매우 많고 완치율도 매우 높다. 다음은 독일인데 병상이 8개(2위), 완치율이 27%(3위)다. 병상 3위 오스트리아는 완치율 8위다. 반대로 병상이 가장 적은 칠레는 완치율 12위다. 북반구 중 병상이 가장 적은 데는 스웨덴인데, 완치율은 15위다. 병상이 적은 데는 상관관계가 그리 뚜렷하지 않지만 병상이 많은 나라는 분명히 완치율과 비례한다는 게 서울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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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진료와 코로나 환자 발생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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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대구동산병원에서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19 확진자 치료를 위한 음압병실 근무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한국이 2.3명으로 스페인(3.9명), 이탈리아(4명)에 비해 꽤 적다. 그런데도 치명률이 낮은 이유는 뭘까. 의료계에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의사들이 PAPR(전동식 공기 정화 호흡기)이 없어서 소독해 재활용해서 병실로 들어갔다.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어떻게 하든 환자를 돌본다”며 “짧은 시간에 환자를 많이 진료하면서 정확하게 진단하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신영석 박사는 “한국의 진료비 수가 제도가 의사 행위별로 산정하는 방식인데, 이게 의사들이 열심히 진료하는 동인이 된 측면이 있다”며 “이탈리아·영국 등은 수가제도가 인두제(환자 인원수대로 보상), 총액예산제(연간 진료비 상한을 정하는 제도) 등으로 제한하기 때문에 의사가 열심히 진료할 동기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상임이사는 “한국의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 보급률이 높은 점이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는 데 기여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