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박항서

海 松 2018. 12. 25. 20:32

성공한 인생이란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은 살아 있을 때 공덕을 쌓고 가는 인생이다. 그러나 공덕을 쌓기는 어렵고 악업(惡業)을 쌓기는 쉽다. 댓글 달아서 남의 가슴 후벼 파는 일도 말로 쌓는 악업이고, 거래하면서 상대방에게 지나친 손해를 보게 하거나 착취하는 일도 악업이지만,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죽이고 죽는 일이야말로 큰 악업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과 베트남은 서로 죽이고 죽는 악업을 쌓았는데, 이번에 박항서가 베트남에서 축구감독을 하면서 그 악업을 녹이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악업과 악연을 풀어서 녹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개인과 개인 간의 감정적 골도 해소하기가 어려운 것인데, 국가와 국가 간의 원망심은 쉽게 풀기 어려운 일이다. 박항서라는 개인이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서 이걸 해냈다. 자기에게도 좋은 일이지만 한국과 한민족에게도 큰 공덕을 쌓았다. 자리이타(自利利他)도 이런 자리이타가 없다. 인도환생(人道還生)해서 이만큼 살고 가면 성공한 인생 아니겠는가!

나는 박항서의 출세를 보면서 경남 산청군 생초면의 필봉산(筆峰山)을 떠올리게 되었다. 어떤 인물이 나오면 그 사람이 태어난 곳의 산세와 강물을 살펴보는 것이 취미이기 때문이다. 산청군 생초면을 지나갈 때마다 자동차에서 내려서 경호강 건너편으로 보이는 필봉산을 한 30분씩 쳐다보곤 하였다. 이 필봉산만 보면 기분이 좋고 배가 불렀다. 남한 일대의 문필봉 가운데 넘버 3 안에 들어갈 만큼 아주 잘생긴 문필봉이다.

몇 년 전의 본 칼럼에서도 이 필봉산 정기 받아서 생초면에서 인물 많이 나왔다는 내용을 소 개한 적이 있다. 교수도 많이 나오고 판검사도 많이 나왔다. 일제강점기 때 호남에서 인촌 김성수와 쌍벽을 이루었던 현준호. 그 현준호의 오른팔로 호남은행을 운영하였고, 삼성 홍라희의 외할아버지인 김신석이 생초면 출신이다. 현재 사법연수원장을 하는 성낙송도 생초면 어서리이다. 필봉산이 잘 보이는 생초면 어서리에서 박항서도 태어났다. 인걸지령(人傑地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23/201812230167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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