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

海 松 2017. 12. 31. 17:00







  장남의 고희


 

아버님이 제 곁을


떠난 지도 어언 30


제가 하루 밤만 자면 70 이 됩니다.


제 나이 36살에 아버님 돌아 가시고


많은 동생들과 알콩달콩 산 세월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며느리 사위 보고 손주 재롱에


행복에 겨웠던 즐거운 일


경찰정복을 입고


성당에 들어가는 바람에 신부님이


놀랐던 가슴 시린 추억


아련한 기억 속에


훌쩍 내 곁을 떠난 줄 알았는데


곰곰이 따져보니


구비구비 애환도 많고


아쉬움도 컸던 것 같아요.


 


아버님이 살아 생전에 여름은 여름답게 덥고


겨울은 겨울답게 추어야 풍년이 든다고 하셨잖아요


 


아버님의 그 말씀이 제 인생의 좌표가 되어


오늘의 저를 있게 했다고 봅니다


제 나이 마흔


상도4동 파출소장 시절


" 아버님 산소에도 이런 눈이 내릴까요 "


라는 회한의 시를 올린 이후


이번이 두 번째 글입니다


저와 달리 말수 적으셨던 당신께서는


어린 자식들을 두고 떠나시면서도


유언 한마디 안으셨지요


당신의 그 깊은 뜻을 깊이 새겨


저도 동생들 열심히 챙기며 살았으나


아버님 만날 날이 가까워지니


잘못한 일만 생각나는 게.....



역정은 듣지 않을지 걱정이 큼니다


그러나 아버지 앞에 자신 있게 내 놓을 두 가지


보따리는 준비 하고 있답니다.


첫째는 동생들에게 물질적인 보탬은 주지 못했지만


몸과 마음으로 동생들을 보살피는 일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안았다고 감히 자부 할 수 있고요


두 번째는


십일시 장에서 10 원짜리


막걸리 한 잔 안 사 잡수신


당신의 가장 큰 유산인


근검절약 정신만은 초지일관  잘 지켜


비록 부자는 되지 못했지만


밥은 먹고 살고 있고요


퇴직 후에는 뒷골 아버님 유답에 움막을 치고


자연과 더불어 살다 보니 마음도 부자가 되었답니다


아무쪼록 남은 여생도 동생들과 함께


아버지 아들로써 한 점 부끄럼 없게 살 수 있도록 지켜 봐 주시고


우리 형제 모두 한결같이 건강하여


제 앞에 먼저 떠나는 이 없도록 만복을 주시고


저도 대욱이 엄마에게 잘 살아 보자는 과욕 때문에


못다한 사랑 다 주면서 알뜰살뜰


정겹게 살다 아버지 곁으로 갈 것을


약속해 봅니다


 


아버님


사랑합니다


 


            정유년 마지막날에   큰 아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