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벌어줄이 없는 선친의 유답

海 松 2012. 6. 8. 20:01

   마을회관 준공식과 관련해서 향우들의 성금이

생각 밖으로 많이 답지 한다는 고향 이장님 말씀을 듣고 있자니,

이번 설에 고향에 내려갔던 생재 동생이 경작 할 사람이 없어 논갈이도 못하고 방치 

우리 논을 보고, 안타까운 글을 우리 가족 홈피에 올렸기에 내가 보냈던 답장을 올려 봅니다.

제가 외람되게 개인적인 글을 올려 보는 것은 고향사랑의 파이를 좀 더 키워 보자는 생각에서 일 뿐,

별다른 뜻이 없음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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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막, 석록이 형님에게 논을 갈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용굴에 있는 남의 논들은 다 갈아져 있는데 우리 논만 방치 되어있다는
어제 너의 글을 읽고 형은 만감이 교차해서 바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오늘은 느그 형수 기분이 좋은 것 같아 우리 논만 갈아져 있지 않더라고 하니,

농사를 지르려면 제때에 논을 갈아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빨리 갈아 노라고 하기에
기분이 좋아져 글을 쓴다.

느그 형수가 이번에도 평소에 했던데로 농사를 짓지 못하게 잔소리를
했다면

한 싸움 벌릴 판이었는데 미리 알아 차렸는지 선뜻 농사를 지어야지

묵일 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고 해 기분이 좋아졌다.

고향에 대한 애착 !
너희들이나 느그 형수가 생각하는 것 보다는 엄청,

나는 남과 크게 다른 고향 사랑관을 가지고 있다. 

일종의 향수병 같은 집착이라고나 할까 !

고향 사랑의 정도가 도를 넘어 애잔한 연민으로 점철 된 뿌리 깊은 화신 같은거 !

이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

아무튼 고향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돈도 벌지 못한 주제에
서망에 별장 아닌 별장도 사고말이다.

그래서 작년에는 해보지도 않는 농사를 짓는 답시고 뒷골 밭에다 고구마 등, 농작물도

심어보았던 게 아니 였겠느냐.

형은 이제 별다른 욕심이 없다.
아니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고 욕심의 방향이 보통 사람과 좀 다르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나 할까!

우리 7형제가 나고 자라며 부모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지렁내 펄펄 나는 무명이불 속을, 서로 먼저 기어들어가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싸우며 뒹굴면서 동지간의 정을 쌓았던, 그 때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을 그 땅에서
직접 내손으로 지키며 음미하고 살고 싶은 게,
형의 유일한 바램이기 때문이다.

느그 형수는 안 해 본 농사를 짓다보면 골병든다고 극구 말루하고 있으나
내가 무슨 골병들게 농사일을 하겠느냐.
그저 은퇴한 노인이 소일거리로, 아니 좀 더 좋게 말하면 서울 사람들이

수도권에 농장을 갖고 주말을 오가며 즐기듯이 ...............

아버지가 그랬던 것 처럼

검정 고무신 신고 어께에 삽 한 자루 걸치고 비 오면 우장 쓰고,

햇볓나면 밀대 모자 덮어 쓰고

대를 이어 큰아들인 내가 그 논두렁 밭두렁을 서성거려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