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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로 ‘부어라 마셔라’ 하던 한국이 변했다

海 松 2023. 1. 27. 10:03

 

 

알코올이 없거나 극소량만 함유된 주류

시장이 맥주를 넘어 와인·위스키·칵테일로 확장되고 있다.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하는 분위기,

늘어난 대면 모임 덕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주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알코올이 아예 없으면 ‘무알코올’, 알코올이 1% 미만이면 ‘비알코올’이라 표기하는 게 원칙이지만, 통상 둘 다 무알코올이라고 부른다. 최근엔 술 이름 앞에 ‘제로’ 단어를 붙이는 마케팅도 유행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마켓컬리는 무알코올 주류 취급 품목수를 1년 전의 2배로 늘렸다. 스파클링 와인·모히토 칵테일을 포함해 14종을 판매 중이다. SSG닷컴은 “최근 1개월(작년 12월 20일~2023년 1월 19일)간 무알코올 와인 판매량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6% 늘었다”면서 “일부 유기농 제품은 전체 스파클링 와인(알코올 제품 포함) 판매 상위 10위에 들었다”고 했다. 쿠팡의 경우도 1년 전 미미했던 무알코올 샴페인 주문량이 큰 폭으로 늘어, 최근 1개월 매출이 지난해 월 평균 대비 3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업계 관계자는 “맥주를 중심으로 무알코올 주류 저변이 넓어졌고 작년부터는 마니아층도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무알코올’ 음료, 맥주 중심에서 와인·위스키까지 확장…쇼핑몰서 품목 늘고 판매량 급증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무알코올 제품이 인기다. 무알코올 와인 7종을 파는 롯데마트는 “일부 스파클링 와인 제품의 최근 1개월 판매량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0배 이상(920%) 증가했다”고 했다. 일부 무알코올 와인은 서울 신라호텔 같은 고급 호텔 레스토랑 메뉴에도 올랐다. 차를 몰고온 손님이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판매 업체들은 ‘진짜 술’과 맛 차이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무알코올 위스키의 경우 “일반 위스키와 똑같은 나무통에서 같은 증류 방식으로, 발효만 하지 않고 만들었다”고 홍보하는 식이다. 한 무알코올 스파클링 와인은 ‘포도 압착, 발효, 오크숙성 같은 전통적인 양조 방식 그대로 만들었고 알코올 제거 과정만 추가된 것’이라는 설명을 붙였다.

 

수율’의 세계

 
지난해 7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파운드리 양산을 시작했지만, 수율을 올리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임원들이 3나노 양산라인에서 3나노 웨이퍼를 보여주는 장면

 

경제학자 맬서스는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식량생산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면서 대기근을 경고했다. 과학 기술 발전을 간과한 예측이었다. 농업 기술 혁신, 통일벼를 탄생시킨 종자 개량, 농약·비료를 만들어낸 유기화학 덕분에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됐다. 같은 면적 경작지에서 더 많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수율(收率) 혁명이 대기근 위험을 제거했다.

▶축산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젖소를 계속 임신 상태로 만들어 더 많은 젖을 생산하는 기술 덕에 요즘 수퍼 젖소는 평생 200㎖ 우유 80만개 분량의 우유를 생산한다. 육우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등 사육 기술 발달 덕에 한우 한 마리당 정육량(머리, 내장을 뺀 고기)이 20년 새 80㎏ 이상 늘어났다. 수율을 높인 것이다.

▶커피 산업에선 원두에서 얼마의 커피 성분을 뽑아내느냐는 ‘추출 수율’이 중요하다. ‘고수율’은 수익과 직결되고, ‘일정한 수율’은 커피 마니아들이 중시하는 ‘맛의 일관성’을 보장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모발 이식 세계에선 옮겨 심은 머리의 생존 수율이 만족도를 좌우한다. 사람 손보다 더 정확한 깊이와 간격으로 옮겨 심는 로봇의 등장으로 모발 이식 수율이 95%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열린 이후 공장에서 불량품을 줄이는 수율 관리가 제조업의 핵심 경쟁력 요소가 됐다. 1879년 에디슨이 대나무 숯을 활용해 백열등을 발명했지만, 백열등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인 것은 10년 뒤 텅스텐 필라멘트가 등장하면서부터다. 헨리 포드는 부품 표준화와 컨베이어 시스템을 통해 자동차 생산 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1980년대 미국 모토롤라는 제품 100만개당 3~4개의 불량품만 허용한다는 ‘6시그마 운동’으로 수율 관리의 표준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작년 7월 세계 최초로 3나노(nm·10억분의 1m) 파운드리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지만 50%대 낮은 수율 탓에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수율은 웨이퍼 한 장에서 만들어내는 최대 칩 수 대비 정상 칩의 비율을 말한다. 수율 50%면 절반은 불량품이란 뜻이다. 10억분의 1m 너비의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과정은 초미세, 초고순도, 초정밀의 세계다. 순금 순도는 99.99%이지만, 반도체 소재의 순도는 9가 12개씩 붙는다.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12%로 치솟은 휴대폰 불량률을 잡기 위해 ‘애니콜 화형식’이란 충격요법을 썼다. 나노 세계에서도 무슨 특단의 방법이 나오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