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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항서 감독

海 松 2023. 1. 19. 06:00

한 사람의 긍정적인 힘

베트남인들의
자긍심은 유명하다.
그것은 1930년대부터 프랑스와 싸운 독립전쟁부터 영국, 일본, 중국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최강대국들을 상대로 벌인 처절한 반세기의 역사 속에서 다져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과 우리 대한민국은 불행한 인연을 맺었고, ‘도이 모이’라고 불렀던 베트남의 개혁 개방 정책 이후로도 꽤 오랫동안 심정적인 불편함이 이어졌다.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던 마지막 반감을 일거에 해소시키는 역사적 공헌을 세운 이는 아무도 기대를 걸지 않았던 한 명의 축구 감독, 박항서였다. 그는 2002년 히딩크 신드롬의 조력자로 잠깐 주목받았지만 그 이후의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서도 프로축구팀 감독으로서도 이렇다 할 퍼포먼스를 내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가던 존재였다. 그런 그가 열정은 뜨겁지만 축구 후진국인 베트남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었다고 했을 때 그 선택이 어떤 파장을 불러올지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는 엄격하고도 따뜻한 ‘부정(父情)의 리더십’으로 베트남의 어린 선수들에게 자부심과 인내, 그리고 협동의 정신을 심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동남아시아 정상에 군림했을 뿐 아니라 23세 이하 선수들이 출전하는 아시안게임에서 4강에 올랐으며 나아가 월드컵 지역 최종 예선전에 최초로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5년의 시간 동안 박항서는 베트남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한 몸에 받았고 그는 어떤 외교관도 어떤 대기업도 해내지 못한 묵은 감정들의 파편을 말끔하게 청산했다.

한 사람의 힘은 이렇게 대단할 수 있다. 10년이 넘는 무명 생활을 견디고 마침내 이 노래로 빛을 본 레이철 플래튼은 이렇게 노래한다. “바다의 작은 배 하나가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한마디 말이 마음을 열게 하는 것처럼/난 성냥 하나로 폭발을 일으킬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