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7] 디지털 탄소발자국

海 松 2021. 12. 28. 08:17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57] 디지털 탄소발자국

 

입력 2021.12.28 03:00
 
 
 또 한 해가 저문다.
2021년은 그냥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로 끝이 난다.
해마다 이맘때면 크리스마스로 한껏 들떴던 마음이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계획과 다짐으로 한결 차분해진다. 하지만 새해를
기획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우선 올해를 잘 마감해야 한다.
이번 연말에 나는 올 한 해 동안 내가 남긴 탄소발자국을 되돌아보며 그중 몇 발자국이라도 지우려 한다.

탄소발자국은 사람의 활동이나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기체, 그중에서도 특히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의미한다. 2006년 영국 의회 과학기술처가 최초로 제안한 개념으로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무게 혹은 그를 상쇄하기 위해 심어야 할 나무 수로 표시한다. 이산화탄소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과 자동차 운행을 비롯해 에어컨과 냉장고 냉매에서 많이 발생한다. 전체 온실기체의 약 16%를 차지하는 메탄은 주로 가축 분뇨에서 나온다.

흔히 자동차나 비행기를 타고 직접 가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처리하면 탄소발자국이 찍히지 않는 줄 알지만, 휴대폰이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때 발생하는 ‘디지털 탄소발자국’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기기로 정보를 공유하려면 와이파이나 랜(LAN) 같은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런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마다 데이터 센터의 서버를 냉각하느라 엄청난 전력이 소모된다는 것이다.

이메일 하나 전송하는 데 4g, 전화 통화 1분에 3.6g, 동영상 10분 시청하는 데 1g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스마트폰의 발달로 너도나도 즐겨 하는 사진 전송은 10장 보내는 데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양이 자동차 1㎞ 주행에 근사하다. 다시 꺼내 볼 일 없는 메일만 삭제해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코로나19 방역에도 동참할 겸 이해가 가기 전에 우리 모두 차분히 이메일부터 정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