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그리운 내 생가
海 松
2020. 2. 20. 21:39
내 살던 어릴 적 생가
통새 지붕 위에는
얼기설기 꿰 멨으나 물이 줄줄 세는
작년 산 헌 바가지를 대신해 줄 신판 새 표주박이
지붕 썩는다는 아버지 잔소리는 나 몰라라
깨진 바가지에 짜증난
엄매 응원 속에 주렁주렁 퍼렇고
한김단네와 경계를 이룬 담벼락 호박넝쿨 속에는
이종하고 남은 모종을 말려 태우는 모깃불 연기에 취해
덜덜 떠는 모기신세가 하일없이 처량하고
경계를 모르는 한김단네 감나무는
우리 집 마당에 땡감을 툭툭 던져 유혹하니
욕쟁이 그 집 함세 눈치 보며 감 따 먹을
궁리가 서 말 되어 대롱거리고
마당에 소 똥 깔고 되새김질하는
우리 집 살림밑천 일순이 눈가에
붙은 날 파리는 벌떼요
살찐 뒷다리에 매달린 진드기는 배가 남산만 한 게
떨어질까 걱정이라
고실 고실 시원한 보리때 꺼적에
낮잠 주무시는 아버지 콧노래 소리
매미까지 불러 합창을 하니
삼복더위는 물렀거라
그립고 또 그리운 어릴 적 내 생가